행남쉼터 간이횟집 파라다이스의 고무통에도 자연산 해산물이 가득하다. 이곳에서 잠시쉬며 ‘행남’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듣는다. 이 마을은 도동과 저동 사이의 해안을 끼고 있는 촌락으로 울릉도의 가장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. 겨울에도 살구꽃을 볼 수 있다는 따뜻한 마을로 마을 어귀에 큰 살구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하여 행남(杏南)으로 불리고 있다. 또는 지형이 뱀의 입처럼 생겼다고 하여 살구남(口南)이라고 불린다. 파라다이스 주인은 이곳에서 보는 해맞이와 해넘이는 한 번 본 사람은 영원히 잊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다 말한다.
등대로 오르는 길 왼쪽 돌계단 끝에는 한선이 할머니 집이 있다. 할머니 집 앞마당은 아주 고요하다. 예전에는 동네에 12채 정도의 집이 있었으나 이제는 할머니 한 분만 홀로 남으셨다. 옛날에는 물질을 하셨지만 지금은 농사나 조금 짓고 염소 몇 마리를 기르며 사신다. 고즈넉한, 쓸쓸한 풍경을 뒤로하고 행남 등대 방면으로 걷는다.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한 시누대숲을 지나면 오래된 해송 아래 털머위의 행진이 끝없이 펼쳐진다. 작은 키에 넓적한 얼굴을 든 털머위 잎사귀는 누군가 공들여 닦아 놓은 듯 반질반질하다. 가을이면 이 길이 온통 털머위의 노란 꽃으로 물들 것이다.
불쑥불쑥 나타나 사람을 놀라게 하는 꿩 울음소리를 들으며 무심히 걸어가다 오른쪽 산비탈 아래에서 풀을 뜯고 있는 까만 염소 두 마리를 만났다. 아마도 할머니의 염소들이 아닐까. 이런저런 생각으로 산을 오르다 조금씩 숨이 차오를 무렵 소나무숲 사이로 행남 등대도동 등대가 모습을 드러낸다.
|